Audience and Audience (Choreography by Sawyer Lee)

도서관은 빽빽하다.

가득 채워져 있기 위해 태어나는 장소로서 도서관은 글자로 가득한, 책으로 가득한, 서가로 가득하다. 동시에 셀 수 없을만큼의 틈새들은 서가와 책과 글자들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준다. 그 틈새를 거닐고 흐르며 때론 그 사이를 벌려 놓는 존재로서 독자는 서가 사이를 걸을 수 있다. 서가를 떠나버릴 수도 있다. 책을 꺼내어 들어서, 펼쳤다가, 다시 닫고, 넣을 수도 있다. 일정 기간동안 책을 데려가버릴 수도 있다. 오랫동안 굳어진 책머리의 먼지를 훌훌 털고 글자가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책의 밖에 있는 독자의 역할이다. 도서관의 운영자, 즉 사서는 분류체계에 따른 청구기호에 맞게 원래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수 있도록 흘러갔던 책을 다시 되돌려놓는다. 한편 퍼포먼스의 운영자, 즉 퍼포머는 비-사서적 존재로서 스스로 ‘독자-되기’를 촉구하며 관객을 맞이하다. 여섯 명의 퍼포머는 읽기와 쓰기의 역할을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하고, 자신의 저자적 수행으로부터 자꾸 자꾸 멀어지면서 ‘독자적’이게 된다. 이 공연의 관객들은 공연을 ‘읽는’ 또 다른 독자로서 독법의 층위를 더한다.

 

도서관은 미끄러질 수도 있다.

퍼포먼스의 특정한 장소로서 도서관은 극장의 풍경이 된다. 극장의 이름이기도 한 ‘빨간 대문’을 열면 저 멀리에 ‘빨간다리’로 덮인 도서관이 보이고, 객석에서는 공연에서 읽을 수 있는 풍경의 일부로서 극장의 외부에 있는 도서관을 읽을 수 있다. 공연의 내부로 포섭된 도서관은 극장에서의 도서관적 수행 혹은 비-도서관적인 수행과 부딪힌다. 그러한 부딪힘은 도서관을 풍경으로 하는 극장이 도무지 비어있는지 빽빽한지 알 수 없게 한다. 이러한 공연을 작동시키는 장치로서 텍스트 쓰기를 선행한 텍스트 리서처들은 직접 글을 쓰는, 그러나 책 밖을 돌아다니는 글을 쓰는 기묘한 저자가 되어 본다. 글이 태어나고 공유되고 분류되는 도서관을 기점으로 네 명의 저자가 해 온 수행적 글쓰기는 극장으로 유보되어 안무가의 편집과 퍼포머의 운용을 통해 모든 독자들에게 읽힌다. 이미 쓰인 글이 다시 쓰고, 읽고, 말하고, 듣는 차원으로 공공연해지는 것이다. 모두에게 읽히게 된 글은 명명된 어떠한 학문 내부에도 포섭되지 않은 채로 극장에 쓰인다(graphy).

 

본 퍼포먼스의 창작자들은 빽빽한 도서관이라는 실재를 극장의 풍경 속으로 미끄러트린다. 미끄러지는 도서관을 통해 ‘공연하는 장소’로서 폐쇄된 극장을 대문과 함께 열어젖혀 극장 외부로 전개하는 데에 주목해 볼 것이다. 오늘의 이 극장이 공연으로부터 반독립한 장소가 된다면, 도서관에서 대여해오는 책과 같이 소유하거나 장악할 수 없는 대여된 장소 그 자체일 수 있을까? 그러한 극장에서 다시 쓰인 몸들은 어떻게 상호 대여하고 저자성을 양도하며 기꺼이 공연에 참여하게 될까?

Performance, Seoul Institute of the Arts

컨셉/연출/안무: 이소여

텍스트 리서치: 강수화, 엄선영, 한경은, 형지원

퍼포먼스/무브먼트 리서치: 간주연, 박세은, 신정민, 유지은, 이시안, 허성욱, 이소여

기획: 신정우, 최현지

조명 오퍼레이터: 임세령

음악: 진인화

사진/영상기록: 이나현